알페스 vs. 딥페이크 뜻 논란 청원 수사 이루다 팬픽
이루다, 알페스 vs. 딥페이크 논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여초'(女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스무 살 여대생으로 설정된 AI 챗봇 '이루다'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이렇게 시작된 논란과 비판에 휩싸인 이루다 개발사인 스타트업 스캐터랩은 11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 "부족한 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 기간을 거쳐 다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결국 혐오 발언 및 개인정보 유출 등의 논란에 휩싸인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만 것이다.
이어 '남초'(男超) 커뮤니티에서는 남성 연예인를 등장시켜 노골적인 동성애 행위를 묘사한 알페스를 비판하는 글들이 다수 발견됐다. 한 누리꾼은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알페스는 인격이나 피해자도 없는 AI 성희롱에 비해 죄질이 훨씬 나쁘지 않냐"고 비난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한 이용자도 "여자들은 뒤에서 성범죄 소설 읽으며 AI 인권 운운했던 거냐"며 두 사건을 견줬다.
최근에는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 여성에 대한 딥페이크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글이 대거 올라오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알페스를 처벌하기에 앞서 더 심각한 딥페이크부터 처벌해야 한다"는 글을 업로드했다. 다른 이용자는 "나도 알페스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루다 논란에 알페스로 방어막을 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영상을 감쪽같이 합성하는 기술을 일컫지만, 최근에는 이 기술을 악용해 연예인이나 특정인의 얼굴을 원래 있던 포르노 사진과 영상물에 합성해 유통하는 범죄라는 의미로 쓰인다.
알페스의 피해자가 주로 남성이고 딥페이크의 피해자가 주로 여성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선 남성과 여성이 두 범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젠더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3일 오후 포털사이트의 급상승 검색어에는 알페스와 딥페이크가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알페스와 딥페이크를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노출시키기 위한 '실검 총공'(실시간검색어 총공격) 등 집단적 움직임도 포착됐다. 누리꾼들은 각각 알페스와 딥페이크를 비난하는 내용을 언론사에 집중 제보하기도 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에 '알페스(RPS·Real Person Slash)'와 '딥페이크(deep fake)' 관련 문제가 연이어 청원글로 올라온 상황이다. 이는 성폭력적 표현물에 대한 비판을 넘어 청년층 '젠더 갈등'(성별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어 해결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그럼 논란이 되고 있는 알페스, 딥페이크에 대해 아래에 더 소개해 보려 한다
알페스란?
알페스 뜻, 의미
알페스는 ‘RPS(Real Person Slash)’를 한국어로 읽은 것입니다. 말 그대로 실존 인물을 커플처럼 엮어낸 2차 창작물을 뜻합니다. ‘Slash’는 기호 ‘/’입니다. 미국에서 드라마 <스타트랙> 팬들이 상상해 기존 드라마 줄거리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시초입니다. 이야기 상당수가 사랑을 주제로 했고, 커플이 되는 사람을 슬래시로 표기했습니다. ‘커크/스팍’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다시 말해 알페스는 작품 또는 현실에 있는 인물들을 팬들이 재해석하고 상상해 로맨틱한 관계를 창작해낸 것입니다. 동성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런 '팬픽' 중에 동성 인물 사이의 연애담을 주제로 내세운 게 바로 '알페스'이다. 팬들 사이에서도 소위 비주류 문화였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익명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공유돼왔다. 하지만 자극적인 소재인 만큼 빠르게 유통됐고, 최근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2. 알페스 개요
국내에서 RPS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은 아이돌 팬덤이다. 1990년대부터 PC통신상에선 H.O.T., 젝스키스, god 등의 아이돌 동아리가 존재하였고, 이 동아리상에서 아이돌 그룹의 일원을 소재로 한 팬픽이 연재되며 아이돌 팬덤과
팬픽, RPF, RPS의 연관이 시작된다. 이후 인터넷으로 무대를 옮기고도 동방신기, 신화, 빅뱅(아이돌) 등 아이돌 팬덤사이에서 동성 커플링을 토대로 한 팬픽, 알페스는 꾸준히 연재된다.
이처럼 여성 청소년으로 구성된 아이돌 팬덤에서 생산되어온 RPS 문법 즉 동성애 모티브를 사용한 팬픽은 사이버 여성 문화 혹은 청소년 문화 현상으로서 주목받아왔다. 한편 이들이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며 10대에서 20대, 30대로 변해가며 청소년 문화라는 성격은 점차 변해가기 시작하며, 2010년대 전후론 소녀시대 등 남성 아이돌뿐만 아니라 여성 아이돌 팬덤에서의 동성애 모티브 팬픽도 더욱 비중을 늘려가기 시작한다.
2012년에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선 이 팬픽 현상이 그려지기도 했다. H.O.T를 좋아하던 여주인공 성시원(정은지)이 교실에서 자신이 쓴 팬픽을 돌려보다 선생님에게 들키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당시 선생님은 팬픽을 빼앗아 큰 소리로 읽어준다. 내용은 이렇다.
"우혁은 거칠게 문 틈 사이로 승호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승호의 입술을 향해 돌진했다. 승호의 하얀 입술이 빨갛게 부어 올랐다. 이러지마. 너에겐 칠현이가 있잖아. 넌 이제 나의 노예다."
PC통신 시절 이러한 내용의 팬픽은 유행이었다. 재미있게 쓰여진 팬픽은 화제가 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응답하라 1997'의 시원도 H.O.T의 온라인 팬 동호회에서 팬픽 작가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드라마가 히트를 치자 같은 해 tvN 'SNL코리아'에선 팬픽의 주인공이었던 H.O.T의 장우혁과 토니가 출연해 이 장면을 패러디했다. 두 사람은 '톤혁 커플'로 등장해 "붉은 입술과 한 손에 잡히는 손목. 연신 활처럼 휘어지는 허리를 가졌구나", "이제 넌 나의 노예야" 등의 대사를 읊는다.
해당 연예인도 코믹한 요소로 받아들이며 재현했을 만큼 팬픽은 심각한 팬덤 문화로 여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돌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쓰인 팬픽은 가수와 팬들 사이에 즐기는 놀이 문화로 소비된 경향이 컸다. 초기 팬픽은 남성 아이돌 간 동성애 등을 소재로 했지만 직접적 성적 묘사 등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
'알페스'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자, 문제가 된 건 수위였다.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대부분이 적나라한 표현과 변태적인 성관계를 묘사하는 음담패설로 가득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창작자는 이런 자극적인 '알페스'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한 남자 아이돌이 이를 'n번 방' 사건과 동일 시 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딥페이크 란?
딥페이크 뜻, 의미
딥페이크(deepfake)란?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혼성어로 인공 지능을 기반으로 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한 부위를 영화의 CG처리처럼 합성한 영상편집물을 말한다. 과거 인물의 사진이나 영상을 조악하게나마 합성해 게시하던 것이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몇 단계 정교해진 결과라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딥페이크’라는 네티즌이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할리우드 배우의 얼굴과 포르노를 합성한 편집물을 올리면서 시작됐는데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대상이 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피해자의 신고가 없으면 단속이 어렵고 주로 트위터, 텀블러 같은 SNS을 통해 제작을 의뢰하고 합성물을 받기 때문에 계정을 폐쇄하면 단속을 피할 수 있어 처벌이 어렵다.
알페스 vs. 딥페이크 갈등 및 청원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일 만에 20만 명을 돌파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이 청원은 오전 10시 기준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알페스'는 지난 9일 한 래퍼가 자신의 SNS에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변태적 성관계를 하는 소설과 그림을 판매하고, 집단적으로 은폐하며 옹호하기 바쁜 사람들이 있다"는 글을 올리며 공론화됐다. 이어 작성자는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을 언급하며 “‘알페스’ 이용자가 소비권력을 통해 피해자들의 약점을 쥐고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태도는 n번방과도 같은 수많은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들의 태도를 떠오르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 누구라도 성범죄 문화에 있어서 성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음지에서 활동하던 '알페스'가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이 등장하는 등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논란이 지속되자 정치권에서도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13일에는 '여성 연예인들을 고통받게 하는 불법 영상 '딥페이크'를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가짜 영상을 만드는 기술로, 특히 성인 비디오에 등장하는 여성의 얼굴을 국내 여자 아이돌 등 연예인들의 얼굴로 바꾸는 행위다.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제는 ‘딥페이크’에서 보다 심각하다.
청원글에는 "딥페이크는 엄연한 성폭력"이라며 "여성 연예인들이 성적 범죄 행위의 피해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해당 딥페이크 영상이 판매되기도 한다"고 적혀 있다. 또 "이런 영상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돼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으며, 성희롱, 능욕 등 악성 댓글로 고통받고 있다"고 언급돼 있다. 이글은 15일 현재 36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딥페이크 관련 법안은 지난해 3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딥페이크 처벌법(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에 따라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및 유포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영리를 목적으로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제작·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알페스의 피해자가 주로 남성이고 딥페이크의 피해자가 주로 여성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선 남성과 여성이 두 범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젠더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알페스와 딥페이크 모두 성적 착취물의 일종으로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전문가들은 둘을 동일선상에 놓고 법적 처벌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실제 얼굴을 사진과 영상에 합성하는 범죄와 실명을 글에 써서 하는 경우는 결이 다소 다르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딥페이크는 인물 특정이 가능하고 관련 처벌 규정이 있는 반면, 이름만 차용한 알페스 경우에는 고려할 요소가 많아 실제로 처벌까지 이어지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2에 따르면 촬영물·영상물·음성물 등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 편집·합성·가공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법 조항에 딥페이크는 해당이 되지만, 글과 삽화 형식으로 이뤄진 알페스는 법 적용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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